최초의 핵무기 실험은 왜 ‘트리니티 시험’ 이라고 불렸는가? – 오펜하이머의 철학과 숫자 3
인류 최초의 핵 무기 실험이었던 트리니티 실험이 왜 트리니티 즉, 삼위일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에 대한 정확한 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맨해튼 프로젝트의 과학부문 총괄 책임자였던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Julius Robert Oppenheimer)가 생전 영국의 시인 존 돈(John Donne)의 작품들과 인도의 고대 종교 및 철학서인 바가바드 기타(Bhagavad-Gita)의 열렬한 신봉자였으며, 트리니티 실험의 명칭을 이들에게서 영감 받았다는 여러 증거들이 존재하기에 트리니티 실험의 명칭은 존 돈과 바가바드 기타에서 유래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이 유력하다.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Julius Robert Oppenheimer)는 유능한 물리학자임과 동시에 문학 특히나 시에 관심이 많았으며, 철학에도 대단한 관심과 재능을 보여주었다. (사실 과학과 철학은 물리학자에게는 모두 중요하다. 괜히 스티븐 호킹 박사가 가진 ‘신’에 대한 견해가 신학계와 물리학계에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가 나중에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도 관심을 가지고, 스페인 내전 동안 프랑코 독재 정부에 맞설 스페인 공화군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 이후 몇 십년 동안은 핵 무기를 포함한 핵 물리학에 대한 전권을 휘두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였지만, 미국의 예상과 다르게 소비에트 연방에서 일찌감치 1949년도에 너무나 빨리 핵무기 실험에 성공을 하자 오펜하이머를 의심한 오펜하이머 청문회가 1954년 열린다.
일명 오펜하이머 보안 청문회는 이러한 오펜하이머의 다재다능함과 과 정치 성향 때문에 열렸다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오펜하이머는 물리학 뿐만이 아닌 여러 분야에 관심과 재능을 보였다.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존 돈 (John Donne)
오펜하이머 박사는 공개적으로 영국의 시인 존 돈(John Donne)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라고 밝혔고, 존 돈의 시를 자주 인용하여 발언을 하곤 하였다.
존 돈은 형이상학파 시인으로 영국의 형이상학파 시인 중 가장 가장 독보적인 행보를 보였다. 형이상학파 시인은들은 일명 라임이라고 불리는 운율이나 시의 형식과 같은 문학적인 형식과 시를 전달하는 방법에 집중하기 보다는 시에 담긴 ‘주제’나 ‘메시지’에 집중을 하는 시인들이었다.
형이상학파 시인들은 과학이나 단순한 생각만으로는 설명을 할 수 없는 ‘신은 과연 존재하는가’와 같은 문제들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답변을 제시하는 매우 이성 중심적인 시인들이었다.[1]
오펜하이머가 직접 레슬리 그로브스(Leslie Groves) 장군에게 작성한 편지에는 “자신이 왜 트리니티 실험이라고 트리니티 실험을 이름 지었는지는 모르겠다”고 적었지만 그 똑같은 편지에 존 돈의 “Hymn to God, My God, in My Sickness” (직역하면, 신을 찬송하라, 나의 아픔 나의 신이여’) 의 구절을 인용하며 ‘트리니티’ 즉, ‘삼위일체’를 암시하는 구절들을 인용하여 간접적으로 존 돈으로부터 트리니티 실험이 이름을 지어졌을 수 있었음을 암시하였다.
“Hymn to God, My God, in My Sickness” 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활에 믿음을 가진 사람에 대한 시이다. 오펜하이머가 쓴 편지에는 또 하나의 존 돈의 시인 “Batter my heart, three-person'd God” (직역하면 나의 심장을 두드려라 세가지 면을 가진 신이시여) 또한 인용이 되었는데, 이 시는 신의 세가지 면에 대해서 노래를 하고, 신으로부터 구속받고 싶지는 않지만 신에 대한 믿음 또한 저버리고 싶지 않은 모순에 대해서 노래하였다.[2]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로서,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과학적인 탐구 욕구와 세상을 위협할 무기의 개발 과정에서 엄청난 압박과 두려움 그리고 도덕적 회의감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대한 프로젝트의 총책임자가 되어버린 이상 그 어느 누가 어떤 생각을 하든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가진 모든 이상과 믿음과 열정을 넣어서 맨해튼 프로젝트를 완수 해야 했다. 그렇기에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신념을 되새겨줄 이러한 작품들을 곱씹고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추측 한다.
Hymn to God, My God, in My Sickness (의역입니다.)
- John Donne -
Since I am coming to that holy room,
Where, with thy choir of saints for evermore,
제가 이 성스러운 공간에 들어온 이후
영원을 노래 하던 성스러운자들의 합창단은 어디로 사라졌습니까?
I shall be made thy music; as I come
I tune the instrument here at the door,
And what I must do then, think here before.
저는 당신의 음악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왔습니다.
저는 이 문 앞에서 악기를 연주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해야 할 일을 해야만 합니다 여기에 대해서 생각을 하기 전에
Whilst my physicians by their love are grown
Cosmographers, and I their map, who lie
나의 치유자들은 그들의 사랑으로 성장하였고,
우주를 탐구하는 자들과 나, 그들의 지도로 우리는 누워 있습니다.
Flat on this bed, that by them may be shown
That this is my south-west discovery,
Per fretum febris, by these straits to die,
이 침대에. 그리고 그들의 지도로 뭔가 보여질 수도 있습니다.
이는 나의 남쪽-서쪽의 발명입니다.
이 사라져가는 뜨거운 열기에서 이 좁은 곳(해협)에서 죽어갈 것입니다.
I joy, that in these straits I see my west;
For, though their currents yield return to none,
저는 기쁩니다. 이 좁은 곳(해협)에서 저는 서쪽을 봅니다.
이 파도들은 밀려나 결국 아무것도 아닌 채 돌아옵니다.
What shall my west hurt me? As west and east
In all flat maps (and I am one) are one,
So death doth touch the resurrection.
나의 서쪽은 왜 나를 아프게 하는가. 서쪽과 동쪽은
결국 모든 평면(그리고 나 또한) 지도에서는 결국 하나인데
그러면 결국 죽음 또한 부활과 같은 것일까
Is the Pacific Sea my home? Or are
The eastern riches? Is Jerusalem?
태평양은 나의 고향인가? 또는
동쪽의 지방들이? 또는 예루살렘인가?
Anyan, and Magellan, and Gibraltar,
All straits, and none but straits, are ways to them,
Whether where Japhet dwelt, or Cham, or Shem.
아니안, 마젤란 그리고 지브롤터
모든 해협들 그리고 해협이 아닌 곳들은 그들에게는 길들인가
아니면 자페트 또는 참 또는 섐 해협들이 그러한가
We think that Paradise and Calvary,
Christ's cross, and Adam's tree, stood in one place;
우리는 낙원과 성골(calvary는 성스러운 해골이라는 뜻도 있다는데 어쨌든 불완전한 번역입니다.)
예수의 십자가와 아담의 나무는 한 곳에 우뚝 솟아 있다.
Look, Lord, and find both Adams met in me;
As the first Adam's sweat surrounds my face,
May the last Adam's blood my soul embrace.
신이시여 보소서 그리고 두 아담 모두 저에게 있음을 봐주소서
첫번째 아담의 땀은 나의 얼굴을 덮으며
마지막 아담의 피는 내 영혼이 감쌀 수 있게 해주소
So, in his purple wrapp'd, receive me, Lord;
By these his thorns, give me his other crown;
보랏빛 속에서 나를 감싸고 나를 받아 주소서 주여
그의 가시들로 나에게 다른 왕관을 씌워주소서
And as to others' souls I preach'd thy word,
Be this my text, my sermon to mine own:
"Therefore that he may raise, the Lord throws down."
그리고 다른 영혼들에게는 나 자신만의 언어로 설교하겠소
이는 나의 언어요 나만이 가진 성스러운 말들이오
그로 인해 그가 부활하고 신이 던지더라도
Batter my heart, three-person'd God(의역입니다.)
-존 돈 -
Batter my heart, three-person'd God, for you
As yet but knock, breathe, shine, and seek to mend;
3가지 면을 가진 신이시여 그대를 위해 나의 심장을 고동치게 하소서
고동치게 하더라도 숨쉬고, 빛나고 찾고자 하소서
That I may rise and stand, o'erthrow me, and bend
Your force to break, blow, burn, and make me new.
제가 우뚝 서서 일어나더라도 나를 던지고 다시 굽게 하소서
당신의 힘으로 부서지고, 날아가고 불타게 만들고 나를 새롭게 만드소서
I, like an usurp'd town to another due,
Labor to admit you, but oh, to no end;
나는 무너진 마을과 다시 이슬로
노동으로서 그대를 흠모하게 만들되 끝이 없도록 하소서
Reason, your viceroy in me, me should defend,
But is captiv'd, and proves weak or untrue.
이성, 그대는 나를 잠식한다, 나는 방어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구속되고, 약함이 증명되고 거짓될 것이다.
Yet dearly I love you, and would be lov'd fain,
But am betroth'd unto your enemy;
그럼에도 저는 당신을 흠모하오 그리고 사랑하오
하지만 저는 당신의 적에 구속 되어 있소
Divorce me, untie or break that knot again,
Take me to you, imprison me, for I,
나와 헤어지소서, 나의 구속을 풀고 그 매듭을 다시 풀어주소서
저를 당신의 곁에 데리고 가 나를 위해 나를 구속해주소서
Except you enthrall me, never shall be free,
Nor ever chaste, except you ravish me.
당신은 나를 구속하고 나는 절대 자유롭지 못 할 것이오
나는 순결하지 못할 것이고 그대는 나를 더럽게 할 것이오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바그바드 기타(Bhagavad-Gita)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Julius R. Oppenheimer)는 바그바드 기타 즉, 인도의 고대 힌두 문학에도 큰 관심을 가졌고, 바그바드 기타(Bhagavad-Gita)의 가르침에 큰 신념을 가진 인물이었다.
오펜하이머 박사는 이 바그바드 기타와 힌두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고대 산스크리트어를 직접 배우기도 하였다. 오펜하이머는 UC 버클리에서 교수로 재직을 하는 동안 바그바드 기타를 영어로 번역을 한 교수 아서 W 라이더(Arthur W. Ryder)와 만나서 직접 산스크리트어를 배우기도 하였다.
힌두문화에 깊은 영감을 받은 오펜하이머 박사는 자신의 차를 가루다(Garuda)라고 이름을 짓기도 하였다.[3] 줄리어스 R. 오펜하이머는 평소 지인들에게도 바그바드 기타를 선물을 해줄 만큼 바그바드 기타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바그바드 기타는 기원전 2~4세기 경에 작성 된것으로 추정이 되는 일명 ‘신들의 말씀’을 적은 경전이다. 바그바드 기타는 힌두 문화권에서도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가졌는데, 바그바드 기타는 브라만 경전 즉, 카스트 제도의 최고 서열인 브라만들에 대해서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경전이다.
브라만 경전은 악명 높은 카스트 제도의 바탕이 되는 경전인데, 브라만 경전에서는 모든 사람들을 특정 계급으로 나누고, 그들의 잠재성 또한 그 계급에 따라 제한을 두는 반면 바그바드 기타는 모든 인간들을 성별 차별이나 계급 차별 없이 존재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음을 설교하는 경전이다.
바그바드 기타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신과 세계의 은총 속에서 평등하다고 설교한다.[4] 오펜하이머 박사는 바그바드 기타에서 엄청난 영감을 받고, 바그바드 기타의 여러 신념들에 강한 믿음을 가졌기에 그의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믿음 또한 이 바그바드 기타에 뿌리를 가두었을 가능성이 있다.
바네버 부시(Vannevar Bush) 국가 방위 연구위원회의 위원장(National Defense Research Committee (NDRC))은 자신의 자서전에 오펜하이머가 트리니티 실험을 시작하기 이틀 전 자신에게 산스크리트어로 된 바그바다 기타에서 직역한 다음의 문장들을 읊었다고 고백을 하였다.[2]
In battle, in forest, at the precipice in the mountains. On the dark great sea, in the midst of javelins and arrows. In sleep, in confusion, in the depths of shame. The good deeds a man has done before defend him
전투에서, 숲에서, 산의 낭떠러지에서. 바다의 깊은 심연 속에서 화살들과 창들의 중간에서. 잠에서 혼란에서 부끄러움에 깊숙이 잠겨서. 인간은 자신을 지키기 이전에 좋은 마음을 가진다.
바그바드 기타에서 깊은 영감을 받은 오펜하이머로서 트리니티 실험은 성공하였든 실패하였든 과학자로서 한 명의 사람으로서 도덕적인 관점이나 과학적인 관점 모두에서 복잡한 심경을 가졌을 것이다.
직접 언급 한 적은 없지만 바그바드 기타에서 트리니티 즉 삼위일체라는 영감을 가졌을 가능성도 있으며, 무엇보다도 맨해튼 프로젝트 내내 바그바드 기타 경전의 말들은 오펜하이머가 믿고 의지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것들 중 하나였을 것이다.
맨해튼 프로젝트를 총괄 하는 입장으로서 오펜하이머에게 바그바드 기타 속 전 인류에게 평온과 번성을 가져다 주는 자가 되어라라는 신념은 그에게 큰 영감이 되었을 것이다.
트리니티 실험 이후 오펜하이머는 바그바드 기타를 인용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
"나는 죽음이다. 세계들의 파괴자이다"
- John R. Oppenheimer -
트리니티(삼위일체) 와 여러 문화권에서 숫자 3이 가지는 의의
트리니티 즉, 삼위 일체는 ‘세 가지’ 구성원이 모여 또 다른 한 가지 집단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기독교 문학에서 성부, 성령과 성자의 삼위일체가 의의를 가진 숫자 3의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숫자 3은 열어 분야에서나 세계의 여러 문화권에서 항상 중요한 의미를 가지곤 하였다.
수학적인 관점에서, 3개의 변 즉, 3개의 각이 있어야만 ‘평면’과 ‘도형’ 이라는 개념이 생긴다. (3개의 점이나 한 개의 점 1개의 변(변은 2개의 점이기 때문에)도 결국 같은 말이다).
생물학에서 가장 중요한 음성 피드백(네거티브 피드백)이나 생물적인 상호작용에서는 반드시 3개 이상의 요소가 필요하다. 생물학적인 반응을 위해서는 반드시 한 개의 중재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존재하는 것처럼 생물학에서도 숫자 3은 매우 큰 의의를 가진다.
화학적인 측면에서도 화학반응의 기본은 2개의 화합물이 반응하여 한 개의 화합물을 만드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된다.
중국문화권에서는 천하삼분지계라는 말이 존재하듯, 어떤 것이든 떠받들고 이루기 위해서는 최소한 3개의 구성요소가 있다고 설명을 한다.
일본 문화에서는 숫자 3은 만물창조의 중요한 원리로 설명이 된다. 이러한 문화는 일본 문화에서 민달팽이, 뱀, 개구리의 가위 바위 보와 같은 관계의 유래가 되기도 하였으며, 포켓몬과 같은 애니메이션에서 조차도 전설의 포켓몬들이 3마리로 나타나는 것과 큰 연관성이 있다.
[1] Metaphysical Poetry - Uou.Ac.In, uou.ac.in/lecturenotes/humanities/MAEL-17/METAPHYSICAL_POETRY_UOU%20PDF.pdf. Accessed 21 July 2023.
[2] Laboratory, Los Alamos National. “Plutonium and Poetry: Where Trinity and Oppenheimer’s Reading Habits Met.” LANL Discover RSS, discover.lanl.gov/news/0714-oppenheimer-literature/. Accessed 21 July 2023.
[3] Gleick, Reviewed James. “Fallout.” The Washington Post, 10 Apr. 2005, www.washingtonpost.com/archive/entertainment/books/2005/04/10/fallout/cf4054f0-92d1-4d59-bf13-0b0701dcdf12/.
[4] “The Eternal Apprentice.” Time, 8 Nov. 1948, content.time.com/time/subscriber/article/0,33009,853367-6,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