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는 바나나와 아무 관련 없다 – 바닐라의 역사와 바닐라 산업 feat. 바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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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technology/Food & Industry

바닐라는 바나나와 아무 관련 없다 – 바닐라의 역사와 바닐라 산업 feat. 바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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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바닐라와 바나나의 한국어 발음이 유사하여서 서로 어떤 연관성이 있는 줄 착각한다. 식품의 표지에 있는 바닐라 꽃도 하얗고, 바나나 속살도 하얗다 보니 더욱 이러한 오해를 많이 만들어 냈을 것이다.

하지만 바닐라와 바나나는 전혀 관련이 없다. 각각의 영어 바나나(Banana)와 바닐라(Vanilla)를 살펴보면 더욱 이 둘이 서로 연관이 없다는 점을 알 기 쉬울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바닐라는 무엇인가?

 

바닐라꽃과 발효된 바닐라

서구권에서 아이스크림의 대표적인 맛은 초콜릿과 바닐라 맛이며, 흔히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웨하스에 함유된 맛이나 기본적인 케이크의 빵에 함유된 향이 바닐라이다.

(케이크는 보통 바닐라 스펀지 케이크를 기본으로 많이 만든다.) 뿐만 아니라 주변 커피 숍에서도 바닐라 라떼 등 음료에서 찾을 수 있는 등 의외로 우리 주변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바로 바닐라이다.

이렇게 말 하면 대략적인 감은 올 수 있지만 확실하게 바닐라가 무엇인지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바닐라는 대체 정확하게 무엇이며, 어떻게 이렇게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가 되었을까?

 

 

바닐라의 역사

바닐라(바닐라 목) 은 난초과의 식물이다. (Orchidacae) 바닐라는 덩굴을 이용하여서 다른 식물들을 지지대 삼아서 성장을 하는 식물이다. 바닐라깍지는 마치 완두콩과 같이 생겼다. 아무래도 난초과의 식물이다 보니 꽃 또한 일반적인 난 못지 않게 아름다운 편이다.

이 바닐라 깍지를 발효 시키면서 바닐라 빈(씨)에서 바닐라 특유의 향과 맛이 난다. 바닐라는 원래 중앙 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북부 지방에서만 서식을 하던 식물이었다.

 

 

스페인의 저명한 콩키스타도르(conquistador) 에르난 코르테즈(Hernán Cortés )와 그의 선원들은 남아메리카로 향한 여정 중에서 처음으로 바닐라를 맛본 유럽인들이 되었다.

아즈텍 인들은 예전부터 카카오 열매로부터 얻은 초콜렛을 음료화 시킨 쇼콜라티(Xocoatl, chocolati)에 바닐라를 첨가하곤 하였는데, 에르난 코르테즈와 그의 선원들은 이 아즈텍인들이 준 쇼콜라티를 맛보고 처음으로 바닐라를 맛 본 것이었다.

현재까지는 아즈텍인들이 멕시코 동부의 토토낙인들(Totonac)을 정복하면서 바닐라를 처음으로 얻고 자신들의 쇼콜라티에 첨가해서 먹은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쇼콜라티

 

에르난 코르테즈는 실종되기 이전 자신이 남아메리카와 중앙 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도입한 물건들 중에는 바닐라 또한 포함되었다.

하지만 바닐라가 처음으로 유럽에 소개된 이때만 해도 바닐라는 초콜렛에 첨가하는 첨가물로만 사용을 하였고, 바닐라는 크게 유럽인들에게 인기를 얻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바닐라의 진가를 유럽인들이 알아보기 시작하였다.

 

에르난 코르테즈와 마주한 아메리카 원주민들 / 에르난 코르테즈

 

프랑스인들은 최초로 1700년대에 아이스크림에 바닐라를 첨가하기 시작하였다. 훗날 미국의 독립선언서 작성에 기여를 하고, 미국의 3대 대통령으로도 토마스 제퍼슨은 프랑스 주재 미국 외교관으로 활동을 하면서 처음 맛본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에 심취해버리고 말았다.

토마스 제퍼슨은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자필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의 레시피를 작성하여서 미국으로 건너올 때 같이 들고 왔다.

토마스 제퍼슨이 자필로 쓴 바닐라 아이스크림 레시피는 현재도 미국 의회 도서관에 보존이 되고 있다.

토마스 제퍼슨이 자필로 쓴 바닐라 아이스크림 레시피 - 미국 의회 도서관 보관

 

미국인들이 미국 독립선언과 토마스 제퍼슨의 여러 정치적인 업적 이외에도 토마스 제퍼슨이 처음으로 미국에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들고 온 사람이기에 그를 존경해야 할 점이 더욱 많다고도 농담 할 수 있다.

19세기의 중반과 후반에 들어서면서 바닐라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듯이 높아졌고, 생활하는데 없어져는 안 되는 향신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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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바닐라 농사는 제한적인가?

바닐라 농사는 매우 제한적인 조건에서만 20°C이상 34 °C 이하의 온도가 유지가 되어야 하며, 일정한 강수량이 있는 너무 온도가 높지는 않지만 다습한 기후에서만 바닐라가 생장 할 수 있다.

게다가 바닐라가 잘 생장하기 위해서는 덩굴을 감쌀 수 있는 지지대 역할을 해줄 식물이 필요하며, 너무 자외선에 많이 노출 되어서는 안되어 하루 중에 40% 정도는 그늘로 차단 되어야 하는 까다로운 생장 조건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원래 서식지인 중앙 아메리카에서만 서식하는 멜리포나 벌(Melipona Bee)에 의한 화수분이 필요하여(어떤 학자들은 유글로신 벌들이 1차 화수분에 기여한다고 주장을 하는데, 여튼 특정 종류의 벌들이 화수분에 필요한 까다로운 식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간 키우기 까다로운 식물이 아니다.[1] 

 

 

또 한 가지의 문제점으로는 바닐라 콩깍지(완두콩이 나듯 바닐라는 자라난다.)과 바닐라 꽃은 일정한 주기에 따라 생장하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생장을 하는 특징이 있으며, 이 바닐라 깍지를 수확하자마자 바닐라를 생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깍지가 일정 기간을 두고 발효 되어야 효소 작용으로 바닐라 특유의 향과 맛을 내기에 바닐라를 상업적인 목적으로 재배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닐라의 상업적 농업

에드먼드 알비우스(Edmond Albius)라는 한 흑인 노예가 최초로 바닐라를 인공적으로 화수분 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하면서, 원래 바닐라의 자생지였던 멕시코에서 바닐라 생산량을 늘리거나 마다가스카르와 같은 장소에서 바닐라를 재배할 수 방안이 마련되었다.[2] 

이 수제 화수분 법은 훗날 그의 이름을 따서 알비우스 농법(Albius Method)라고 이름 지어졌다. 알비우스 농법의 발견이 되었음에도 바닐라의 재배조건은 매우 까다로웠기에 전세계에서도 극히 일부의 지역에서만 대량으로 재배가 되고 있다.

현재는 마다가스카르가 전 세계의 바닐라의 양적인 면에서나 수입액 면에서 모두 바닐라 생산량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에드몬드 알비우스

바닐라 특유의 향과 맛을 내는 약 250~500여가지의 화학물질 중 가장 두드러지는 바닐라 향을 내는 화학물질은 바닐린(Vanillin)이라는 물질이다. (4-hydroxy-3-methoxybenzaldehyde, 4하이드록시-3-메틸옥시벤질알데하이드/화학식 C8H8O3)

생물의 고유 효소는 일반적인 촉매로 대체를 하기 힘든 면이 있어서 생물이 고유하게 생산하는 물질 중에는 인공적으로 화학적 합성을 하기 어려운 물질들이 많은데, 운이 좋게도 바닐린(Vanillin)은 생명 공학적인 유전자 조작이나 화학 합성으로도 산업규모로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물질이라서 자연 발효된 바닐라의 가장 특징적인 바닐라 향을 일반 대중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바닐린(Vanillin)의 역사

프랑스의 생화학자 니콜라스 테오도르 고블리(Nicolas-Theodore Gobley)가 최초로 바닐린(Vanillin)을 바닐라 추출물로부터 1858년 추출해냈다. 이를 통해 바닐라 특유의 향과 맛에 가장 크게 기여를 하는 바닐린(Vanillin)이 발견되고 연구될 수 있었다.

독일의 생화학자 페르디난트 티만(Ferdinand Tiemann )과 빌헬름 하르만(Wilhelm Haarmann)은 최초로 바닐린의 화학 분자구조와 화학식을 밝혀내고 이를 시험할 수 있는 시험기준과 방법을 마련한 것과 더불어 바닐린을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방법까지도 발견하였다.

이 생화학자들 덕분에 일반 대중들에게도 바닐라의 향과 맛이 보급이 되고 바닐라 향의 세계적인 규모의 수요를 감당 할 수 있었다.

 

바닐린과 바닐린의 화학식

 

생물학자 네타야 J 갈라즈(0Nethaji J Gallage)과 비이역 린덴베르그 묄러(Birger Lindberg Møller)은 바닐린 합성 유전자를 in vivo로 유전자 조작 효모(이스트, yeast), 유전자 조작 담배와 유전자 조작 보리에서도 성공적으로 바닐린을 생성할 수 있는 시험을 제시한 것과 더불어 in vitro로도 바닐린의 생물학적 합성(in vivo는 살아 있는 생물 체내의 세포 환경, in vitro는 생물 체외, 생물 밖의 환경을 의미한다.) 에도 성공을 하였다. (Nat. Commun., DOI: 10.1038/ncomms5037).

따라서 바닐린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현재 생산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마련되어 있는 셈이다.

 

바닐린과 바닐라 산업

바닐라 맛은 일반적으로 찾기 쉬운 가장 흔한 맛 중 하나지만 사실 실제로 발효된 바닐라로부터 비롯된 바닐라 맛과 향은 일반적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맛이다.

대부분 식품에 사용되는 바닐라는 합성된 바닐린에서 비롯된 맛이며, 약 전세계 바닐라의 맛과 향 중 2% ~ 7%만이 실제 바닐라에서 추출된 맛이다.

전세계 바닐라 소비량 1위 국가인 미국의 경우, 미국의 FDA(미국 식품의약안전처)는 법적으로 바닐린을 사용한 제품에는 절대 바닐라라는 단어를 단독 사용할 수 없고, ‘인공 바닐라또는 바닐라 향또는 바닐라 맛이라고 표기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미국 FDA의 규정에 따른 조건들을 충족하여 실제 발효된 바닐라를 사용 한 제품들만이 순수하게 바닐라함유와 같은 단어를 광고나 표시사항에 기재할 수 있는 셈이다.

 

FDA의 바닐라에 대한 설명 

사실, 바닐라는 현 시점(2023)에서 샤프론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무게 대비 가격이 가장 비싼 향신료이다.

샤프론은 kg 당 약 10,000 미국 달러(USD)인 반면, 바닐라는 kg 400 미국 달러(USD)의 무시무시한 가격을 자랑한다. 물론 이 두 향신료 사이의 가격 차이도 어마어마 하고 가격 또한 변동이 많은 편이지만, 바닐라의 실제 수요를 고려하면 바닐라는 매우 비싼 향신료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바닐라의 재배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가 노동력이 많이 동원 되는 상품작물이다 보니 몇 안 되는 국가의 특정 환경에서만 바닐라 플랜테이션이 존재하여 이들이 전세계 바닐라 소비량을 모두 공급하기 때문이다.

마다가스카르는 전세계 바닐라의 80%를 담당하고 있는데, 마다가스카르에 닥친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 인하여 바닐라의 가격 또한 매우 가파르게 상승을 하였다.[3] 

바닐라의 전체 수입액 USD 기준; 2022 Vanilla Global Market Overview Today.” Tridge, https://www.tridge.com/intelligences/vanilla.

 

워낙 많은 양이 마다가스카르에서 생산이 되기 때문에 마다가스카르의 자연재해나 국가 내부 상태가 전세계의 바닐라 가격을 모두 좌지우지하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가 주변에 흔히 맛 볼 수 있는 바닐라는 대부분 바닐린으로부터 비롯된 바닐라 향인 셈이다.

많은 F&B(음식료)회사들은 자연주의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응하여 인공합성 재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최근 하였다.

 

미국의 바닐라 코카콜라 브랜드 포함 바닐라 향이 들어간 대표적인 음식들 / 계란과자나 다른 과자나 사탕 초콜렛 류에도 생각보다 많은 곳에 바닐라 향이 첨가 되고 있으니 심심하면 표시 기재 사항을 확인 해보아라

하지만 바닐라 향(바닐린)이 사용되는 제품은 워낙 많고, 이는 유전자 조작 생물이나 화학적 합성 없이 실제 바닐라를 사용을 해서 수요를 맞추기는 판매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기에 이런 자연주의 노선을 선언한 음식료 회사들에게 바닐린 없이 바닐라 맛과 향을 내는 것이 큰 숙제로 남아있다.[4] 실제 유명 초콜렛 회사에서는 바닐라 맛을 뺀 순간 소비자들이 모두 경쟁사 초콜렛을 소비하기 시작한 사례가 존재를 한다.

또한 바닐라는 상상 이상으로 많은 음식물들에 사용되는데, 코카콜라는 바닐라맛 프랜차이즈가 따로 외국에 있을 정도로 바닐라는 다양한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비록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닐라 맛이 정통 바닐라 맛은 아니지만 살면서 한 번 즘은 맛봐야 하는 삶의 이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정통 바닐라를 맛보지 않았더라도 바닐라 향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평소 먹는 과자나 음식물의 라벨을 살펴보면 정말 의외로 바닐라가 많이 사용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오늘이 바닐라가 전세계에서 소비가 될 수 있도록 기여를 한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해야 하는 날일지도 모르겠다.



[2] Magazine, Smithsonian. “The Bittersweet Story of Vanilla.” Smithsonian.com, Smithsonian Institution, 3 Apr. 2017, https://www.smithsonianmag.com/science-nature/bittersweet-story-vanilla-180962757/.

[4] Rupp, Rebecca. “The History of Vanilla.” Culture, National Geographic, 4 May 2021,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culture/article/plain-van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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